규정의 회색지대 역사
더블 디퓨저부터 2026 압축비 논란까지, 규정의 빈틈을 파고든 혁신과 FIA의 대응이 어떻게 반복돼 왔는지 살펴봐요.
회색지대란
F1 기술 규정은 "이렇게 만들어라"가 아니라 "이것은 금지한다, 이 범위 안에 있어야 한다"는 방식으로 쓰여요. 그래서 문구가 명시적으로 막지 않은 영역, 즉 회색지대(grey area)가 늘 생겨요. 엔지니어의 일은 이 빈틈을 찾는 것이고, FIA의 일은 빈틈이 스포츠를 망가뜨리기 전에 닫는 거예요.
회색지대 사건은 대체로 같은 순서를 밟아요.
- 한 팀이 새로운 해석을 들고 나옴
- 경쟁 팀이 FIA에 해석 요청(
clarification)이나 공식 항의(protest) - FIA가 합법 판정, TD 발행, 또는 다음 시즌 규정 개정
- 다른 팀들이 따라 하거나, 장치가 금지됨
연대기
| 연도 | 장치 | 팀 | 결말 |
|---|---|---|---|
| 1978 | 팬 카 (fan car) | 브라밤 | 한 경기 우승 후 자진 철수 |
| 2006 | 매스 댐퍼 (mass damper) | 르노 | 시즌 중 이동식 공력 장치로 해석돼 금지 |
| 2009 | 더블 디퓨저 (double diffuser) | 브라운·토요타·윌리엄스 | FIA 항소법원이 합법 판정 |
| 2010 | F-덕트 (F-duct) | 맥라렌 | 2011년 금지, DRS로 대체 |
| 2010~11 | 배기 블로운 디퓨저 (blown diffuser) | 레드불 등 | 2012년 배기 위치 규정으로 봉쇄 |
| 2020 | DAS (Dual Axis Steering) | 메르세데스 | 2020 합법, 2021 금지 |
| 2022 | 포포싱 대응 TD039 | 전 팀 | 수직 진동 지표 도입 |
| 2025 | 플렉시 윙 (flexi-wing) | 다수 팀 | 날개 휨 검사 강화 |
| 2026 | 압축비 측정 | 메르세데스 의혹 | 고온 측정 추가 |
대표 사례 깊게 보기
더블 디퓨저 (2009)
2009 규정은 디퓨저 크기를 크게 줄였어요. 하지만 바닥면의 단차 구조를 활용해 디퓨저 위에 두 번째 통로를 만들 수 있는 여지가 있었죠. 브라운 GP, 토요타, 윌리엄스가 이 해석을 썼고, 경쟁 팀들이 항의했지만 FIA 국제항소법원이 합법이라고 판정했어요. 브라운 GP는 이 차로 챔피언이 됐고, 나머지 팀들은 시즌 중 차를 뜯어고쳐야 했어요.
교훈은 "규정의 문자적 해석이 정신보다 우선한다"는 F1의 오래된 원칙이에요.
F-덕트 (2010)
이동식 공력 장치는 금지였어요. 맥라렌은 움직이는 부품 없이, 드라이버가 콕핏 안 구멍을 손이나 다리로 막으면 공기 흐름이 리어 윙으로 가서 윙을 실속(stall)시키는 장치를 만들었어요. 부품이 움직이지 않으니 규정 위반이 아니었죠. 2011년 금지됐고, 같은 해 FIA가 공식 장치인 DRS를 도입했어요.
블로운 디퓨저 (2010~2011)
배기가스를 디퓨저 쪽으로 불어 다운포스를 키우는 기술이에요. 핵심은 운전자가 스로틀을 뗀 상태에서도 엔진이 배기를 계속 내보내게 하는 엔진 맵(off-throttle blowing)이었어요. FIA는 2011년 시즌 중 이를 막으려 했다가 팀 간 이견으로 철회했고, 2012년 배기구 위치를 규정해 사실상 봉쇄했어요.
DAS (2020)
메르세데스는 스티어링 휠을 앞뒤로 밀고 당겨 앞바퀴의 토(toe) 각을 바꾸는 장치를 만들었어요. 직선에서 토를 0에 가깝게 하면 구름 저항이 줄고 타이어 온도 관리에도 도움이 됐죠. 2020년엔 합법이었지만 2021년부터 금지됐어요.
포포싱과 TD039 (2022)
그라운드 이펙트 차가 고속에서 위아래로 튀는 porpoising이 심해지자 FIA는 안전 명분으로 TD039를 발행했어요. 2022 벨기에 GP부터 차량의 수직 진동을 수치화한 지표(aerodynamic oscillation metric)를 도입해 한도를 넘으면 차고를 올리도록 했고, 바닥판 유연성 검사도 강화했어요. 2023년에는 바닥 가장자리와 디퓨저 목 부분을 높이는 규정 개정이 뒤따랐어요. 이 TD는 팀 간 순위에도 영향을 줬다는 평가를 받아요.
플렉시 윙 (2025)
날개가 정지 상태 하중 검사는 통과하면서 고속에서는 휘어져 항력을 줄이는 기술이 문제가 됐어요. FIA는 시즌 시작부터 리어 윙 검사를 확대했고, 스페인 GP부터 앞날개 허용 변위를 보도 기준 15mm에서 10mm로 줄였어요. 시즌 중반 적용이라 순위가 뒤집힐 거라는 예상이 있었지만 실제 영향은 제한적이었다는 분석이 많아요.
2026 시즌의 회색지대
압축비 논란
2026 엔진의 기하학적 압축비 한도는 16:1이에요. 그런데 측정이 상온에서만 이뤄졌기 때문에, 열팽창을 이용하면 작동 온도에서는 실제 압축비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의혹이 나왔어요. 페라리, 아우디, 혼다가 메르세데스를 겨냥했죠.
FIA는 메르세데스를 위반으로 판정하지 않았지만 규정을 고쳤어요.
- 2026년 6월 1일부터: 상온·고온 양쪽 측정
- 2027년부터: 작동 온도 130°C 기준 측정만
토토 볼프는 처음엔 늦은 변경에 반발했다가, 나중엔 "찻잔 속 폭풍"이라며 수용했어요. 압축비를 높이면 같은 연료로 더 많은 일을 뽑아낼 수 있어서 열효율 경쟁의 핵심 변수예요.
메르세데스 2단 앞날개
액티브 에어로 날개는 일정 시간 안에 모드 전환을 끝내야 해요. 메르세데스 앞날개는 첫 단계가 시간 한도 안에 움직이고, 마지막 단계가 조금 늦게 완전히 닫힌다는 사실이 알려졌어요. 목적은 제동 직전 앞쪽 하중이 갑자기 늘어나는 걸 완화하는 것으로 분석됐어요. FIA는 조사 대상이 아니라 표준 기술 검토 사안이라고 밝혔고 사용은 허용됐어요.
회색지대 뉴스를 볼 때는 "규정 문구 위반인가, 검사 방법의 빈틈인가"를 구분하세요. 대부분은 후자이고, 그래서 결말도 실격이 아니라 검사 방법 변경인 경우가 많아요.
FIA가 회색지대를 막는 도구
| 도구 | 성격 | 예시 |
|---|---|---|
| 해석 공지 | 특정 팀 질의에 대한 답변 | 신규 장치의 합법성 확인 |
| 기술 지침 (TD) | 전 팀 대상 해석·검사 방법 공지 | TD039 포포싱, TD018 날개 휨 |
| 검사 강화 | 하중·변위·온도 조건 변경 | 날개 하중 시험, 압축비 고온 측정 |
| 규정 개정 | 문구 자체를 바꿈 | 2012 배기 위치 규정 |
2026 규정 작성 과정에서 FIA는 과거 사례를 반영해 "주요 기능이 공력에 영향을 주는 이동 부품"을 더 엄격하게 정의하려 했어요. 하지만 액티브 에어로가 공식적으로 허용되면서, 이번엔 언제, 얼마나 빨리, 어떤 순서로 움직이느냐가 새 회색지대가 됐어요.
패턴 정리
- 새 규정 첫해에 회색지대가 가장 많이 나와요. 2009, 2014, 2022, 2026이 모두 그랬어요.
- FIA의 대응 수단은 강도 순으로 해석 공지 → TD → 시즌 중 규정 개정 → 다음 시즌 금지예요.
- 장치가 금지돼도 원래 팀이 손해만 보는 건 아니에요. 이미 그 장치로 얻은 데이터와 이해가 남거든요.
규칙이 바뀌는 절차는 F1 규정 체계와 거버넌스에서 자세히 볼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