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컷과 오버컷
먼저 들어가서 새 타이어로 앞차를 따라잡는 언더컷과, 늦게 들어가서 버티는 오버컷이 어떤 계산으로 성립하는지 숫자로 풀어 봐요.
피트스톱은 '잃는 시간'에서 출발해요
레이스 중 피트스톱을 하면 타이어 교체 자체는 2~3초면 끝나지만, 실제로 잃는 시간은 훨씬 커요. 피트레인에는 속도 제한이 있고, 입구와 출구에서 감속·가속하는 구간도 있기 때문이에요. 이걸 모두 합친 값을 피트 로스(pit loss)라고 불러요.
- 피트 로스는 서킷마다 달라서 대체로 20초 안팎에서 20초대 중반 사이예요. 피트레인이 길거나 메인 스트레이트에서 빠지는 각도가 큰 곳일수록 커져요.
- 예를 들어 2026 일본 GP(스즈카)에서는 정상 상황의 피트 로스가 약 22초로 분석됐어요.
- 같은 스즈카에서 세이프티카가 나온 동안 들어간 안토넬리는 약 10.5초만 잃었어요. 다른 차들이 모두 느리게 달리고 있으니 상대적 손해가 절반 이하로 줄어든 거예요. 그래서 '세이프티카 때 공짜 피트스톱'이라는 말이 나와요. 자세한 건 세이프티카·VSC 글을 참고하세요.
언더컷: 먼저 들어가서 새 타이어로 따라잡기
언더컷은 앞차보다 한 바퀴라도 먼저 피트에 들어가 새 타이어로 빠르게 달린 뒤, 앞차가 피트에 들어갔다 나오는 사이에 순위를 뒤집는 작전이에요.
숫자로 보는 언더컷
앞차 A와 뒤차 B의 간격이 1.5초라고 해 볼게요. B가 먼저 들어가요.
| 구간 | A (헌 타이어로 계속 주행) | B (새 타이어) | 간격 변화 |
|---|---|---|---|
| B의 인랩·피트·아웃랩 | 평소 페이스 | 피트 로스 22초 | B가 22초 뒤로 |
| 다음 한 바퀴 | 1분 35.5초 | 1분 33.8초 | B가 1.7초 회복 |
| A의 인랩·피트 | 피트 로스 22초 | 1분 33.9초 | 같은 조건 |
| A의 아웃랩 | 차가운 새 타이어로 1분 36.5초 | 1분 34.0초 | B가 2.5초 회복 |
B가 회복한 시간은 1.7 + 2.5 = 4.2초예요. 처음 간격 1.5초보다 크니까 A가 피트에서 나올 때 B가 앞에 있게 돼요. 이게 언더컷의 기본 공식이에요.
언더컷이 통하려면 "새 타이어가 헌 타이어보다 한 바퀴에 몇 초 빠른가(타이어 오프셋) × 먼저 들어간 바퀴 수"가 원래 간격보다 커야 해요.
언더컷을 좌우하는 변수
- 타이어 오프셋 — 헌 타이어가 많이 닳았을수록 새 타이어의 이득이 커져요. 열화가 적은 경주에서는 언더컷이 약해져요. 타이어 열화 글과 함께 보면 좋아요.
- 아웃랩 워밍업 — 새 타이어가 첫 바퀴에 바로 온도에 올라오는지가 핵심이에요. 노면 온도가 낮거나 타이어가 딱딱한 컴파운드면 아웃랩이 느려서 언더컷이 실패하기도 해요.
- 트래픽 — 피트에서 나왔는데 느린 차들 뒤에 갇히면 새 타이어의 이득이 사라져요. 그래서 팀은 '나올 자리'가 비어 있는지 계속 계산해요.
- 피트스톱 품질 — 정비 1초 실수면 위 표의 이득 4.2초 중 1초가 날아가요.
오버컷: 버티면서 앞서기
오버컷은 반대로 더 오래 밖에 남아서 이득을 보는 작전이에요. 다음 같은 상황에서 성립해요.
- 새 타이어가 첫 몇 바퀴 동안 온도가 잘 안 올라 오히려 느릴 때(추운 날, 하드 타이어).
- 헌 타이어가 아직 크게 떨어지지 않았고, 앞차가 빠져나간 뒤 깨끗한 공기 속에서 연료가 가벼워진 차로 빠른 랩을 찍을 수 있을 때.
- 늦게 들어갈수록 레이스 막판 타이어 차이가 커져서 후반 추격에 유리할 때.
- 기다리는 동안 세이프티카가 나와서 '싸게' 피트스톱을 할 수 있는 가능성.
2026년에 달라진 점
2026 시즌 초반에는 원스톱 경주가 대부분이었어요. 타이어가 좁아지고 차가 가벼워졌으며 다운포스도 줄어 타이어 부하가 낮아졌고, 드라이버들이 에너지 회생 때문에 리프트앤코스트를 자주 하면서 타이어를 덜 쓰게 됐거든요. 열화가 적으니 타이어 오프셋이 작아지고, 그만큼 언더컷의 위력도 약해졌어요.
실제로 2026 일본 GP 첫 피트 창에서는 언더컷으로 순위를 얻은 드라이버가 없었다는 분석이 나왔어요. 오히려 맥라렌은 위협이 없는데도 리더 피아스트리를 일찍 넣었다가, 직후 베어먼의 사고로 나온 세이프티카 때 공짜에 가까운 피트를 한 안토넬리에게 우승을 내줬어요. 언더컷은 '할 수 있으니까'가 아니라 '해야 할 이유'가 있을 때 쓰는 카드라는 교훈이에요.
또 2026 차는 피트 아웃 직후 배터리 상태도 변수예요. 아웃랩에 에너지를 얼마나 쓰느냐에 따라 상대와의 첫 몇 바퀴 싸움이 달라져요. 이 부분은 에너지 관리 글에서 더 다뤄요.
중계에서 언더컷 읽는 법
- 해설이 "피트 윈도우가 열렸다"고 하면, 뒤차가 피트 로스를 감수하고도 앞차 뒤에 너무 멀리 떨어지지 않는 시점이 왔다는 뜻이에요.
- 뒤차가 먼저 들어가면 화면의 섹터 타임을 보세요. 아웃랩 섹터가 보라색(전체 최고)이면 언더컷이 통할 확률이 높아요.
- 앞차 팀이 다음 바퀴에 바로 응답(
커버)하면, 팀이 언더컷 위험을 크게 봤다는 신호예요. 피트 작업 자체는 피트스톱 글에서 볼 수 있어요.